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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정치를 세우자
2019년 06월 25일 (화) 17:49:01 김만흠 원장 estoday@hanmail.net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상식,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인정하는 지식이나 주장이다. 이런 상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얘기가 가능하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다. 상식을 인정하지 않으면 함께 살아갈 수 없다. 물론 모두가 생각을 같이 하는 건 아니다. 나의 상식과 너의 상식이 어느 부분에서는 다를 수 있다. 그래도 공유하는 상식이 너무 다르면 공동체는 혼돈과 갈등에 빠진다.

우리의 정치, 얼마나 상식을 공유하고 있을까. 서로 다른 세상이다. 어느 것 하나 공유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북문제, 경제정책, 4대강 보, 탈원전, 적폐청산, 국정운영 방식, 여야 간에 모든 게 충돌한다. 정치권력 투쟁이기에 과장된 공방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양극단의 세력이 대결하더라도, 상식의 공유지대를 만드는 정치세력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도의 공유지대나 그런 세력은 더 왜소해지고 있다. 서로를 악으로 보는 양극단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

국정은 대통령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무대가 아니라고 했던 집권세력은 오히려 일방적 신념으로 밀어붙인다. 포용국가를 내세우지만 포용정치 전략은 없다. 보수 야당은 좌파독재라고 맞서며 집권세력을 원초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30년도 더 지났는데 마치 독재정권 시절의 정치대결 구조다. 외형상으로 직접적인 충돌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대치하고 있는 저강도 전쟁 양상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명분이라는 외피도 벗어던진 적나라한 권력투쟁의 민낯만 보인다.

‘광장의 시대’를 열었다던 모범적 민주화의 한국정치가 오히려 각자의 동굴 정치로 퇴행하고 있다. 광장마저도 각 진영의 동굴이 돼 ‘동굴의 합창’이 충돌하고 있다. 막말 논란도 이런 극단적인 대결의 귀착점이다. 공유하는 지점이 미미하니 각자의 소리만 지른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전쟁 상황은 아니니, 말의 강도가 세지고 결국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언론 환경도 이를 해결하는 쪽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주요 매체는 완전히 편싸움으로 갈라져 있다. 상식과 공론의 무대로서 언론의 기능은 거의 실종 수준이다. 그러잖아도 SNS 환경이 확증편향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편협한 정보는 가짜뉴스 이상으로 상식이 설 자리를 어렵게 만든다.

SNS시대의 정치여론 환경에 탄핵 후유증도 겹쳤다. 최근의 불가피한 상황도 있다. 문제는 공감과 포용의 정치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악순환 구조다. 보수-진보를 내건 극단적인 편싸움에 공감과 공유의 리더십이 힘을 받기 어렵다. 공유경제의 4차산업 시대를 내건 사람들이 자신은 독점과 동굴의 정치시대로 가고 있다. 어느 한쪽만이 아니다. 현재 국정 운영을 아쉬워하면서도 대안세력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각자의 우상이 초래했던 종말을 예시한 바벨탑 이야기가 떠오른다. 과장된 연상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이 불가능하게 됐던 바벨탑 시대, 각 진영의 동굴이 강화되면서 공통의 상식이 설 자리가 어려워지는 요즘과 유사하다. 분열을 넘어 분단사회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는 매우 역동적이다. 국민은 늘 현명한 선택과 균형점을 만들어 왔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확증편향의 SNS시대와 언론 환경은 양극의 정치세력 못지않게 우려스럽다.

극단화된 진영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극단화되는 진영정치는 공유해야 하는 공동체의 상식을 약화시킨다. 보수-진보의 이념도 사실은 권력투쟁의 도구가 돼버렸다. 세력의 양극화가 이념의 양극화처럼 치환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최근 우리 국회의 파행 상황도 구체적인 정책 대결보다는 진영간의 정치세력 싸움에서 비롯되고 있다. 보수·진보의 진영 정치를 넘어선 상식의 정치가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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