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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대의민주주의
2018년 03월 22일 (목) 17:36:59 김만흠 원장 estoday@hanmail.net
   
▲ 김만흠 원장(한국정치아카데미)

정치권을 비판할 때 흔히 ‘국민의 뜻’을 든다. 당연하다. 오늘날의 정치는 국민주권에 토대를 둔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뜻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하다. 그것을 수렴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뜻이 자의적으로 인용되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국민의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촛불 민심을 내세우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 순위가 국민 여론의 중심처럼 거론되기도 한다. 과연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론을 둘러싼 국민의 뜻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대의민주주의는 1차적으로 선거를 통해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대표자와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제도에 따라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선거를 매개하는 정당정치 유형도 영향을 미친다. 알다시피 요즘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에 따른 폐해를 낳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개혁과제가 돼 있다.

대의제의 기반인 국민의 뜻은 선거 때만이 아니라 일상의 정치과정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 선거 때는 선거규칙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도록 돼 있지만, 일상의 정치과정에서는 그런 게 없다. 흔히 여론조사를 인용한다.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의 추이는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제가 곧 여론조사를 토대로 운영되는 건 아니다. 대의제 자체가 여론을 만들 수도 있다. 여론과 대의제는 상호작용한다. 또 여론조사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게 있고, 전문적인 자료로 파악되는 게 있다.

혹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바닥 민심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국민들의 여론인 것은 분명하다. 선거를 포함한 일상의 정치과정에서도 모든 국민의사가 기계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사가 국민 대의로 나타난다. 그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깨어있는 시민’의 개념 역시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조직된 힘’은 자칫 조직 외의 집단에 대해 배타적일 소지도 있어 포용적 자세를 과제로 남긴 민주주의 구호이기도 하다.

요즘 인터넷과 SNS 시대는 국민여론 환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인터넷망은 언론이면서 여론 형성의 무대다. 속도와 효과가 거의 즉각적이다. 정당과 정치세력들은 인터넷과 SNS를 정치여론 형성의 기본도구로 삼고 있다. 정치권력 투쟁에서 거의 결정적인 요소다. 정치세력이 나서서 우호적인 댓글 달기, 검색어 순위 올리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정권 차원의 불법적인 인터넷 개입 전략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망을 무대로 형성되는 정치여론은 대의민주주의 차원에서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 파급 속도와 효과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합리적 토론과 검증을 거치기 이전에 정치여론처럼 등장한다. 때에 따라서는 이른바 ‘가짜뉴스’가 상당 기간 유통되기도 한다. 인터넷 정보 획득의 자기확증강화 경향은 정치적 통합과 타협보다는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역사에서 정치정보의 획득과 여론형성 환경에 몇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정당의 등장도 있었고, 신문에 이은 방송 등 대중매체의 확산도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과 SNS 시대는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환경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더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민 주권의 강화고, 곧 민주주의의 강화다. 그러나 국민을 포함한 권력투쟁이 그대로 인터넷을 무대로 이어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 숙의 민주주의를 어렵게 하는 양극화된 정치여론몰이는 대의민주주의의 통합 기능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극복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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